다정다감에 대한 고찰

"그 피디 상부에 압력도 안통하는 신념 있는 사람이라 들었는데.."
"알수가 있나? 리트머스 시험지에 닿기 전에 그 사람 색깔이 어떻게 나올지."
-드라마 펀치, 박정환-

사람이라는 책은 아무리 표지가 좋아보여도,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을 때까지 모른다.
- 후지타 사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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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자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꼭 들어가는 게 있다. 

외적인 혹은 백그라운드적인 조건 이외에 

"나는 착한 남자가 좋아요."  
"다정한 남자가 좋아요."

이 둘 중 하나는 심심찮게 들어간다. 이 말에는 약간의 모순이 존재한다.
정확히 교정하자면  
"교제 후에는 이런 사람이 좋아요. 교제 전에는 당신의 됨됨이를 알 수 없으니 내면을 일단 자세히 안본다는 말과도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사실은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할만한 질문도 아니고 스스로 곱씹어볼 일이 잘 없기 때문에 본인들이 말하는 게 무슨 말인지도 사실 잘 모를 것이다.

첫째로, 인간의 내면은 양자역학 상태와도 같아서 실제로 관측되기 전까지는 그 내면의 상태를 결정할 수 없다. 여기서 관측은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말이다. 심지어 관측과 동시에 상태가 확정되는 입자와는 달리 아주 장기간의 관측이 필요하다.

누군가 반박한다. 나는 연애경험도 많고 눈썰미&인사이트가 뛰어난 편이라 단번에 보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나르시스트&에고이스트가 주변에 있다면 더 이상의 설전은 바보와 논쟁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경험과 직관 그리고 약간의 트랩들과 장치들이 상대의 됨됨이를 파악하기에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절대로 그 너머를 알 수 없다. 
오늘의 구름을 보고 70일 뒤 날씨를 우리가 알 수 없듯, 오늘의 주식창을 보고 3년 뒤의 경제를 예단할 수 없듯..
애초에 인간은 신이 아니고 우리는 그렇게 설계되어왔다.

둘째로, 여기서 남녀의 생각이 나뉜다. 

여자는 실제로도 착하고 자상하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남자를 좋아한다.
또 착한 남자를 좋아하도록 어릴 때부터 들어왔고 또 그게 바람직한 것임을 알지만 
실제로 남성과의 교제까지 가는 데에는 외적인 것을 포함하여 그 남자의 매력과 어떤 케릭터성, 그리고 데이트 할 때 보여지는 약간의 젠틀한 포인트들(마치 이 젠틀한 포인트들[ex. 겨울에 핫팩, 여름에 햇볕가려주기 등]과 보여지는 것들로 인해서 이 남자는 착하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는)이 주요한 요소들이다. 

설령 이 사람이 착하지 않다는 것을 중간에 눈치채더라도
끌리는 것은 본능의 영역이다. 이 남자가 천사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도 다 알지만 그럼에도 끌리는 것, 내 의지로는 쉽게 막을 수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착한 남자가 좋아요."는 
"내가 교제를 시작하는 데에는 착한 관식이같은 성격이 제일 중요하니 그걸로 교제유무를 판가름할께요.. 가 아닌 내가 끌리는 남자와 교제에 성공한 뒤에는 나한테 다정했으면 좋겠어요." 이것에 가깝다.

남자들은 착각한다. 이 사람이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무조건적으로 착하게 굴고 헌신적으로 행동하면 되겠구나 그럼 이 여자를 만날 수 있겠구나. 
'착함'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한 경우다.
'나쁜 남자'의 정의부터 알아야되는데 나쁜 남자는 싸가지없고 못되게 구는 남자가 아니다. 여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그런 능력을 가진 게 '나쁜 남자'인거다. 왜? 자기 맘대로 쉽게 컨트롤 할 수 없으니깐..
반면 무조건적인 착함을 지향하는 남자들은 어떠한 긴장감도 주지 못하며 상대를 저혈압으로 만들고 혈당을 떨어뜨려서 악순환을 반복한다.
무조건적인 착함은 노예가 연상될 뿐이다. 여자들은 강인함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그 여유에서 나오는 선의와 배려를 원한다.

셋째로, 남자는 위장할 줄 알고 여자는 분별할 수 없다. (성별을 반대로도 적용가능하다.)
나는 동서양과 영호남, 경기권, 남중남고, 지방대와 인서울을 경험하며 수 천 명의 남자들을 두루 지나쳐왔다.

내가 아는 어떤 수의사선배는 법 없이도 살겠구나 싶을 정도로 선한 내면을 지녔다. (물론 내가 겪어본 바가 그렇다는 것이지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을수도 있다.) 또 정신력이 굉장히 강인하다.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누군가보다 착하다 선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면 장담하는데 100명 중에 1~2명 정도 꼴 밖에 난 보질 못했다.
나머지 98명은 뭔가?

결국 극소수의 진짜 착한 사람들(1%~2%), 착한 사람처럼 언행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정배이니 그 대세를 따르는 보통의 사람들(상당수), 나쁜 놈이지만 철처하게 착한 척하는 사람, 선민의식을 뽐내고 싶거나 선택적으로 착한 척 연기하는 위선자들, 나약하고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착한 것을 택하는 자들, 이쁜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조건 다정하게 대해주는 개나소나 다 하는 저자세로 나가는 식상한 자들, 자신을 숨기지 않는 대놓고 나쁜 놈들 등이 전부 뒤섞여있다는 말이다. 

이토록 다양한 모습으로 위장할 수 있으며 절대로 겪어보기 전까지는 이 사람의 내면을 통째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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