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STLE 2.0] 여섯번째, Ideation, Brainstorming, Networking, 모두의창업 도전, 기간 26년 4월~5월 random weeks
2026년을 맞이했을 때, 나는 압도되는듯한 불안감과 갈증을 느꼈었다. 다른 글에서 후술하겠지만 나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남지않았다는 강박관념같은 것이었다. '느긋함보단 아직 빡세게 사는 편이 더 맘편한 타입'이라는 어느 랩퍼의 가사처럼 이런 라이프스타일로 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다고 느꼈기에 난 뭐라도 해야했다.
사실 갑자기 내가 스피치를 왜 배우고 금융자격증은 왜 준비하며 뜬금없이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 일련의 과정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아마 일련의 논리보단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러던 중 어느날 동기로부터 연락이 온다.
"강남이다. 잠깐 보자"
이 친구는 나와 같은 대학 동기인데 반려동물관련 스타트업의 초기멤버(확정은 아닌 상태)를 겸하고 있었다.
근황토크를 몇 분 하다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지 주둥이 장전을 하더니 막 쏟아내었다.
뭐 골자는 이러했다. 평생을 수의사만 목표로 삼고 있는 집단에서 오랜 기간 있었지만 사회라는 우물밖으로 나와보니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틀안에만 박혀있는 자신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류의 토크였다.
특히나 평범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다는 얘기가 변변치않은 것들임에 비해
자신이 속해있는 스타트업그룹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은 스타트업의 비젼이나 진행사업에 대한 방향성 등 이런 더 큰 세상으로의 진보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그들이 멋있게 우뚝 솟은 타워처럼 커보인다고 느끼게한 대목이었다.
얘는 이제 막 공방수를 끝내고 인턴을 시작하기 전인 동기였는데 본인이 스타트업그룹에 속해있었지만 자신이 사이드디쉬가 아닌, 같은 동종업계 사람과 메인이 되어 무언가를 창업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나를 떠올린 이유는, 일단 틀밖의 사고를 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고 그게 동기들을 필터링해봤을 때 나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남들과는 달리 깨어있어보이거나 또라이로 보였거나)
사회의 기류를 볼 필요가 있다. 거창하게 모든 세팅을 끝난 후에야 MVP(Mim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를 내놓았던 과거와 달리, AI발 생산성변화로 인해 '아이디어'만 있다면 어느 누구나 웹과 앱을 만들고 사업계획서와 리서치, 마케팅까지 가능해진 시대가 왔다. 정부부처는 이 변화의 기조에 발맞추어 창업가 양성 지원정책을 펼치고 국가창업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한다. 흡사 에전 닷컴버블시절 벤쳐열풍을 연상케하지만 모든 버블은 지나고 나서야 평가가 가능한 법이다.
더불어 '모두의 창업'이라고 대규모 창업오디션까지 정부부처 주관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시류상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전해볼만한 시대이다. 다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작은 따옴표를 써서 강조하듯이 결국 '아이디어' 이게 제일 중요하다.
신사 세로수길 할리스의 단상에서 시작된 "일단 둘 다 뭐라도 해보자"식 플레이. 막상 뭐라도 할려고 보니 너무 막연했다. 일단 둘 다 수의사이긴 하지만 (1) 동물관련 (2) 동물과 무관한 이렇게 주제를 한정시키지 않고 매주 한 타임, 브레인스토밍부터 하기로 했다.
메모라이징은 노션 워크스페이스에서 하기로 했다.
나름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오고갔으나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하나씩 rule-out되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법과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그런 아이디어들이 필요했다.
주변에 작게 자영업하는 사람들부터 실제로 잘 나가는 사업가, 예비창업패키지 심사라운드를 통과한 창업유망주, 하버드 유학중인 창업을 꿈꾸는 사촌동생까지 나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조언을 받기도 했다.
그 와중 [모두의 창업]프로젝트는 제출일이 5월 15일까지였고 같이 ideation하던 동료와는 각자의 아이디어로 각자 제출하기로 하고 난 평소 눈여겨보던 아이템을 밤을 새서 간이계획서를 작성하였다.
그 때 내가 생각했던 아이템은 '고양이 변비치료에 도움되는 관장보조기구'였는데 나름 과학적인 접근으로, AI 이미지생성까지 써가면서 준비했다.
결과는 6월 중에 나온다.
(솔직히 1라운드는 붙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떨어졌다.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심사위원이 판단했을까 아니면 의료기기허가라는 규제이슈가 더해져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전자 후자 모두 납득할만한 이유였다.)
이것 저것 배우면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창업이나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나한테까지 낮아졌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동시에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불새출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덤비는 사람들이 빛을 발한다. 어지간한 찍먹정신으로는 이 분야에서 오래 비벼먹을수가 없다.
2) 예비창업자들 네트워킹모임에 가보면, 정말 특이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조차도 이미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것들조차도 시장의 선택과 이슈가 되지 않으면 소리소문없이 없어졌다 부활했다를 반복했다. 특히 어플생테계의 경쟁은 레드오션급인데 '정말 이런 것도 있을까?'싶던 어플들도 이미 진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결국 창업에 있어서 어떤 메리트를 선점하려면 오히려 자신의 전공관련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는 게 더 낫다.
3) 보통 스타트업의 필수 구성원은 [1.기획자 2.개발자 3.마케터]이다. 아무리 지금 AI가 발전하고 있다한들 개발자와 마케터를 흉내내기는 수준에 불과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에는 AI능력까지 겸비한 백엔드 개발자, AI를 통해 디자인 능력까지 겸비한 마케터처럼 [1. 기획자 2. AI능력을 겸비한 개발자 3. AI능력을 겸비한 마케터] 미래에도 이런 구도로 갈 확률이 높다.
=>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기획자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요소인 것은 변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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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와 아이템들을 리스트업해서
시장조사 리서치를 하였다. 그 결과 현실적인 장벽들이 존재했는데
첫째로는 너무 마이너하고 딥한 아이템을 선정하고자 하면 결국 의료기기규제나 자본의 파고를 넘을 수가 없고
둘째로는 좀 더 퍼블릭한 아이디어로 접근한 아이템들은 이미 대기업이나 벤쳐캐피탈의 원조를 받은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 관련 아이템은 엄밀하게 말하면 수의사만이 독점이 가능한 분야는 아니기에 여러 다른 채널을 통해서 진입이 가능하다. 근데 결국 자본조달을 개인이 아닌 기업스케일업이나 캐피탈을 통해서 이뤄지게 되는데 백업없는 개인이 반려동물관련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것은 뚝딱 되는 일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창업에 대한 도전은 기획단계에서 마땅히 시장을 뚫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지못해 일단 접기로 하였다. 그래도 성공과 실패를 따지기 이전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뭐라도 하려고 했던 이 과정들은, 먼 훗날 지금의 시기를 회상하며 '뭐라도 해볼걸..' 하는 미련을 남기지 않게 할 것이다. 그걸로도 정말 만족한다.
그리고
같이 하기로 한 동기는 막상 임상을 해보니까 빡세다면서 가슴에만 품어놓고 일단은 좀 더 집중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5월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며 더는 돈을 좇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압구정 광림교회 앞에서 맹세한다. 수의사로서 부를 쌓을 생각도 유명세를 쌓을 생각은 1도 없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그 때 다짐한다.
뭐.. 모두의창업 떨어진 거랑 쓸만한 아이디어가 안나오는 게 좀 더 근본적인 이유이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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